주례사 - 김용현저
저녘하늘 노을 지면
고라니 떼 발굽을 손질하고
행주치마 바삐 두르는 달맞이꽃들
수런대는 이웃들의 이동통신
멀리서 속속 날아드는
야간 비행사들
이윽고 보름달 떠우르는 시각
별들도 치장을 하고
배짱이들의 웨딩마치
숲속을 가득 메운 하객들 사이
다람쥐 한 쌍 다소곳 머리를 숙여
이어지는 목탁새의 주례사
올해는 도토리도 풍년
나물 먹고 물 마시고
천년만년 살고 지고
지나가는 밤바람 소리
어둠 속 산하를 흔들어 깨운다
저 풀꽃 한 송이
개인시집 (가을은 꿈꾸지 않으리) 중에서
출처 : 수지나라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