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을 거사 이실직고 - 김용현
뙤약볕과 긴 장마 속에서도
밤송이는 부지런히 밤톨을 키워
환한 햇살 속으로
윤기 흐르는 알밤들을
분만하고 있습니다
산고를 치르느라
안간힘을 쓰며 벙그는 밤송이 속
밤 형제들의 젖은 머이칼이
가을바람에 보송보송
마르고 있습니다
이제 우리의 강산은
사태 난 고고성으로
혼절하고 말 겁니다
현장 탐사보도를 하는
저도 이 기사에 일조하였음을
이실직고 하는 바입니다
저 풀꽃 한 송이
개인시집 (가을은 꿈꾸지 않으리) 중에서
출처 : 수지나라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