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렇게 살다 갑시다
곽춘진
손을 잡고 걸어온 길
봄날의 설렘도, 여름날의 뜨거움도
가을의 풍요로움도 지나
사시사철 끝 무렵인 황혼길의
겨울 문턱에 서 있네요
젊어서는 바람 같던 세월에
아이들 키우느라 허리 펼 날 없었고
하루하루 억척같이 버티느라
서운한 말도 미안한 마음도 묻어놓고
그저 한 세월이려니 하고 살아왔지요
이제야 마주 앉아
흰머리 맞대고
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면서
그 안에 서려있는 지난날의 애환과 무게
함께 걸어와 줘서 고맙다는 말
어쩌다 한잔 술에 의지해 비로소 꺼내보는 말
"고생했소"
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
지나온 날들이 저물어 가도
잡은 손 놓지 않기로 했지요
때론 다투고 때론 서운함 있어도
긴 밤을 지나면 다시 아침이 오듯
우린 그렇게 살아왔고
또 남은 인생 그렇게 살아가렵니다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