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월. 봄 끝 무렵
곽춘진
안개 자욱하고 미세먼지가 감싼
회색의 도시에
분망한 시간들을 말아간 오후의 지금
빈틈없이 들어찬 빌딩 숲들이
바람 스친 포도鋪道에 줄지어 섰지만
가로수 푸르름은 더 짙어만 간다
하얀 목련은 잎이 하나씩 떨어져
발 앞에 봄눈처럼 쌓여있어
청명했던 오월의 봄 모습이 쩌린다
예전의 고향 그리움의 봄 같진 않지만
우리 걸었던 곳곳에도
봄의 소리는 자꾸만 퇴색되어 옅어지며
그리움까지 안긴다
수더분했던 그 삶이 마냥 기억에 남아도 건
그때는 건강한 웃음이 있었는데
이젠 바람이 말아간 내 세월의 진실 그 자리에
멀건 수제비 배불림 하던
그릇만 덩그러니 뒹굴고 있는
그 시절 오월의 환상이 일렁인다
그래도 그 시절은
강산 맑고 세월 좋았는데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