함박눈 / 이선형
함박눈을 보면
무슨 그리움을 심어 놓았는지
그 그리움으로 설웁다
기다림만으로도 겹겹이 추억이 된
나의 길 위에 눈을 밟는다
한참을 걸어 간 아린 나처럼 고향은
시리도록 눈은 내리겠지
흩어지다 모인
생각나는 것들 먹먹한 것들
그립다는 글귀로 여백을 채운다.
낯설어진 얼굴들
느릿느릿 되살아오는 끝을 찾아
혼자 때 없이
나이와 함께 안부로 여러 번 다녀갔다
양지에 앉아
풀피리 불던 꽃 물든 언덕이
늙어 보인다
수척해진 고향이 외롭고
등 굽은 사람들이 슬픈
잊을만하면 왔다 가는 야속한 시간의 저림이
함박눈으로
메말랐던 가슴을 적시고
금방 울 것 같은
그 허기의 그리움이 무엇인가
